
유럽연합(EU)이 플라스틱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 바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주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2021년 이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단계별로 추진키로 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해양 오염 발생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기와 접시, 빨대 등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 10종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28일 공개했다. 유럽 회원국이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90%를 수거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이 규제안은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의 동의를 받아 공식 발효된다.
EU 집행위는 매년 유럽에서만 2,58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재활용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며 나머지 39%는 소각되고 31%는 매립된다. 유럽에서 연간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360억개, 일회용 커피잔은 160억개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EU 집행위는 이번에 지목된 10개 플라스틱 제품이 폐기되는 어업도구와 더불어 전체 바다 쓰레기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프란스 티머만스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번 규제안 시행으로 당장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플라스틱 제품이 사라지는 변화를 겪을지 모르지만 환경 친화적인 물질로 만든 대체품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플라스틱 생산으로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이 악화되면서 이미 세계 각국은 빨대 사용 제한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 향후 25년 간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환경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 대형 유통 체인 세인스버리를 비롯해 네슬레, 코카콜라, 유니레버, 프록터앤갬블(P&G) 등 40개 이상 기업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는 데 동참할 뜻을 밝혔다. 미국 스타벅스는 지난 3월 1,0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친환경컵 디자인 공모전도 시작했다.
미국 뉴욕주에서도 뉴욕 시내 레스토랑과 바, 커피숍의 플라스틱 빨대와 커피 휘젓개를 종이나 금속 재질로 의무 대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캐나다 밴쿠버시는 내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오염 발생 문제에 제동을 걸 비약적 접근”(리싱크플라스틱)이라며 EU의 규제안을 환영했지만 플라스틱 생산업계 등에서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유럽 플라스틱 생산업계를 대표하는 ‘플라스틱유럽’ 영국 본부의 킴 크리스티안센 대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구조적 변화를 단순히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통해 이룰 수는 없다"며 “EU 집행위는 지름길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FT에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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