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 인허가 협의 시작
매각 대신 최첨단 건물로 바꿔
임대 사업용으로 활용할 계획
시청역~충정로역 개발 맞물려
침체됐던 서소문로 일대 활기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중구 순화동 삼성생명 서소문빌딩(옛 중앙일보빌딩) 전경. 서소문빌딩에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혼이 깃든 호암아트홀이 들어서 있어 삼성그룹에는 일종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고영권 기자

서울 중구 순화동 삼성생명 소유 서소문빌딩(옛 중앙일보빌딩)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혼이 깃든 호암아트홀이 들어서 있는 서소문빌딩은 삼성그룹에는 일종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서소문빌딩 재건축이 검토되며 그 동안 광화문과 종로, 을지로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대규모 도심 정비사업도 서소문로 일대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29일 건설ㆍ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서소문 빌딩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은 서울시와 인허가를 위한 초기 협의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소문빌딩은 서소문 고가 옆 적갈색 대리석 건물로, 대지 1만6,311m² 위에 지하 3층~지상 22층, 연면적 7만㎡ 규모로 1985년 준공됐다. 삼성생명은 외환위기 직후 중앙일보가 삼성 계열에서 분리해 나가자 98년 서소문빌딩을 중앙일보에서 매입했다. 특히 이 빌딩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자신의 호인 ‘호암’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로 애정과 마음을 쏟은 곳이다. 87년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 취임식 등 삼성의 뜻 깊은 행사도 대부분 호암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이 회장이 선대 회장을 기리고 학술, 예술, 인류 복지증진에 공헌한 인사들을 치하하기 위해 90년 설립한 ‘호암상’ 시상식도 매년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에겐 역사적 의미가 큰 건물이지만 이미 33년의 세월을 겪으며 노후화가 심하고 구조 및 설비 등이 오피스 건물로 적합하지 않아 임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2016년에는 5,000억원에 매각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삼성생명은 그러나 매각 대신 재건축을 통해 최첨단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후에는 임대 수익 사업용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소문빌딩 재건축에 따라 그 동안 종로와 을지로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도심 정비사업도 서울역과 서대문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서소문빌딩이 재건축될 경우 서소문 일대 도시 경관 개선, 가로 및 상권 활성화로 인한 지역 활성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된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2013년 완공된 그랑서울과 D타워(2104년 완공), 센트로폴리스(내달 완료 예정) 등 종로 일대 대규모 정비사업들은 종로 상권 지도를 확 바꿨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D타워와 그랑서울이 위치한 종각역 일대 상권 임대료는 지난해 1분기 1㎡당 4만5,000원에서 올 1분기엔 6만3,900원으로 43%나 올랐다. 같은 기간 종각과 인접한 광화문 상권 임대료가 2.3% 오르는 데 그쳤고, 강남 주요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강남역 주변은 오히려 임대료가 내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종로타워와 그랑서울, D타워 등 신축 대형 빌딩에 인기 식음료 매장들이 대거 입주하며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충정로역에 이르는 서소문로축의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소문 정비구역 중 2015년 완공된 ENA센터(서소문6지구)와 지난해 공사가 끝난 ENA스위트 호텔(서소문 8-2지구) 개발을 시작으로 구 알리안츠빌딩 일대(서소문5지구) 업무시설이 현재 공사 중이다. 서소문11-1 지구와 12-1 지구 등의 개발도 예정돼 있다.

서소문빌딩 맞은편에 있는 서소문 근린공원은 서소문 역사공원으로 개발 계획 중이다. 서소문역사공원 부지는 1801년 신유박해 때부터 수많은 교인이 처형당한 천주교 최대 순교성지기도 하다. 서울 중구는 2011년 당시 염수정 추기경(현 대주교)의 제안을 받아들여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이곳을 약현성당∼당고개성지∼절두산성지∼새남터로 이어지는 성지순례코스로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서소문로 개발 계획들이 그 동안 침체됐던 일대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소문로 일대 개발은 지난해 8월 지정한 봉래 도시환경정비구역과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및 서소문 역사공원 개발 등과 맞물려 그간 단절됐던 서소문로~통일로(서울역 앞) 축간의 가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