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회담 위험요인 제거와
협상력 강화에 본격 착수” 관측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남측에는 집단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각각 촉구했다. 둘 다 체제 보장과 관련한 요구다. 자신들이 대화 국면을 주도한 만큼 한미도 걸맞은 성의를 보이란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대화 분위기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제하 논평에서 매년 8월쯤 진행되는 한미 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거론하며 “조미(북미)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안고 대화를 향해 마주 가고 있는 때에 미국이 남조선과 함께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긴장을 격화시키고 핵전쟁을 몰아오는 주되는 화근인 합동군사연습을 굳이 벌여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미국에 반문했다.
이어 신문은 “교전 쌍방이 협상을 선포하면 군사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라며 “핵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면서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으면 모든 것이 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위협했다. “미국이 회담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상대를 힘으로 위협 공갈하는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21일 UFG 축소 움직임 주장과 관련해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힌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방어적 연례 훈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압박한 대상은 남측이다. ‘보수 정권이 남긴 반인륜적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제하 논평을 통해 통신은 “북남 사이에 민족적 화해와 평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지금 피해자 가족들을 비롯한 우리 인민들은 기대를 안고 사랑하는 딸자식이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겨레 앞에 죄를 짓는 것으로 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이것은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남조선 당국의 성의와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도 된다”고 주장했다.
논평이 언급한 피해자는 중국 소재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여종원업들을 가리킨다. 북한이 줄곧 남측의 기획이었다고 주장해 온 이들의 탈북은 최근 국내 종합편성채널 JTBC의 의혹 보도로 다시 조명됐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와중에 나온 북한 관영 매체의 해당 논평들과 관련해 대화 판이 깨지지 않길 바라는 북한이 향후 걸림돌이 될 만한 위험 요인들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화 분위기를 어지럽힐 짓은 서로 하지 말자는 게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최근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에 참가한 미 스텔스 전투기가 되레 더 늘고, 오히려 남측 언론이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침묵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 위협이나 탈북 유도 등 체제와 정권의 안전을 안팎에서 위협하는 요인들을 거론하며 협상력 강화에 본격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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