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사본에 1차 수술만 기록
2차로 받은 지혈술 경과는 누락
보호자 항의하자 그제서야 재발급
환자 측 “의료과실 논란 숨기려”
병원 “담당의 바빠 다 못 옮겼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16일 네살배기 아들 B군이 혈변과 빈혈 증세를 보여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내시경 검사를 마친 병원은 대장에 용종이 있다며 절제할 것을 권했고 A씨는 병원을 믿고 시술을 맡겼다.
병원은 B군을 전신 마취한 뒤 시술하고는 모든 처치가 잘 됐다며 당일 퇴원을 권했다. 하지만 A씨는 회복이 더딘 아들이 걱정돼 하루 더 머물다 퇴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사달은 그 뒤에 났다. 병실로 옮긴 B군이 마취가 풀리면서 항문에서 피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은 그 때서야 아들을 다시 전신 마취하고는 당일 오후 8시 30분쯤 용종을 떼어낸 부위에 지혈술을 했다. 피를 많이 흘린 B군은 시술 뒤 다량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A씨는 사흘 뒤 퇴원하며 아들의 입ㆍ퇴원 사실확인서와 의무기록 사본을 병원에 요청했다. 민간보험사에 의료실비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병원이 건넨 8페이지짜리 의무기록 사본 ‘의무경과’에는 1차 시술만 적혀있을 뿐, 2차 지혈술 경과는 쏙 빠져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A씨는 병원에 항의했고 그때서야 병원 관계자가 다음 외래진료 때 다시 떼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병원 관계자도 “중요한 (지혈술) 내용이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지난달 초 아들과 다시 방문한 A씨는 병원으로부터 41페이지짜리 사본을 받았는데, 그곳 ‘의무경과’에는 지혈술을 했던 상황이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A씨는 “병원 말만 믿고 시술 당일 퇴원했다면, 집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며 “병원비는 모두 챙겨 받으면서도 뒤늦게 지혈을 한 사실을 외부에 숨기려 첫 사본에 옮기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제3의 기관’에 제공될 서류에는 의료 과실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내용을 고의로 빠뜨렸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병원 측은 담당 의사가 바빠서 기록을 모두 옮기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자세한 의무 기록은 내부 전산시스템에 남아있다”며 “처음 사본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의사가 분주해 의무경과를 다 적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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