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ㆍ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이전소득이 근로소득 처음 추월
월 59만7000원>47만3000원
소득 하위 20% 계층(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 중 정부나 다른 가구에서 받은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해 번 돈보다 용돈이나 연금으로 받은 돈을 합친 소득이 더 많았던 셈이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3월 1분위 가구 월평균 이전소득은 59만7,312원으로, 근로소득(47만2,914원)보다 많았다.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추월한 것은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처음이다.
1분기 이전소득과 근로소득 금액이 뒤집힌 것은 우선 이전소득이 크게 늘어난 데에 기인한다. 지난해 1분기(49만1,409원)보다 21.6%(10만5,903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전소득은 크게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정부가 보조해 주는 ‘공적이전소득’과, 부모ㆍ자녀ㆍ지인이나 비영리단체로부터 받은 생활비나 용돈 등의 ‘사적이전소득’으로 나뉜다. 이 중 공적이전소득은 고령화로 자연스레 수급 대상 범위가 넓어져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2016년 12월 기준 수급자가 407만명에서 2017년 12월 441만명으로 증가했다. 기초연금도 같은 기간 458만명에서 487만명으로 늘었다. 기초연금은 올 1월부터 연금 지급 대상자 선정기준액이 190만4,000원에서 208만원(부부 가구 기준)으로 상향 조정돼 수급자 범위가 확대됐다.
문제는 근로소득과 연관성이 높은 사적이전소득도 크게 증가했다는 데에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공적이전소득과 사적이전소득 지표는 외부에 공표하진 않지만, 1분기 이전소득이 크게 늘어난 건 사적이전소득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적이전소득은 주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가구의 주수입원이 줄었을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저소득계층은 주로 정규직보다는 임시ㆍ일용직에 종사해 고용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직 상황에서는 자녀ㆍ부모 등 다른 가구로부터 받는 생활비에 의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반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54만5,603원)보다 13.3%(7만2,689원) 감소해, 역시 통계 집계 이래 최대폭으로 쪼그라들었다.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40만원대로 떨어진 건 2011년 1분기 이후 7년 만이다.
저소득계층의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의 역전 현상은 ‘일자리중심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이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상충된다.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을 올려주겠다는 의지만 갖고 있을 뿐 세부적인 정책 집행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도 “최저임금으로 월급만 올려준다고 생각했지 고용이 줄어드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라며 “서민층 현실은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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