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선정 과정에서 편의 대가
카드 8개 받아 유흥비, 명품구입비 등에 써
병원장 등 관계자 2명도 입건
길병원, 국회의원 15명에 불법 후원도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이 ‘연구중심병원’ 선정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가천대 길병원으로부터 3억5,000만원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길병원이 국회의원 15명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의원 쪽에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병원 측 진술만 듣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조사 한 번 하지 않은 채 무혐의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9일 길병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복지부 국장급 허모(56)씨를 구속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허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국회의원에게 불법 후원한 길병원 원장 이모(66)씨와 비서실장 김모(47)씨에게는 업무상배임ㆍ뇌물공여ㆍ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와 이씨는 2010년 각각 복지부 응급의료과장과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허씨 역시 예방의학 전문의로, 복지부에 특별채용됐다. 허씨는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부서인 보건의료기술개발과에 근무하게 되면서 병원에 연구중심병원 선정과 관련된 정부 계획과 예산, 선정 병원 수 등 정보를 제공했다. 길병원은 이듬해 3월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으며 허씨는 병원 명의 카드 8장을 건네 받아 지난해 말까지 유흥비, 마사지, 국내외 호텔 이용, 명품 구입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연구중심병원 선정 계획이 진행되면서 허씨가 법인카드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길병원은 이후 정부지원금 50억원을 받았다. 경찰은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에 대해서는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2014년부터 4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 15명에게 직원들 명의로 의원 1인당 10만~1,000만원씩 총 4,60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의원실 측이 불법 후원금 여부를 인지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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