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향 모니터링 대상 1호로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과(국금과)와 외화자금과(외자과)의 주요 업무는 우리 경제와 연관성이 큰 세계 경제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정책과 증시의 변화는 곧 바로 우리 환율이나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국금과와 외자과는 이에 대한 모니터링에 주력합니다. 통상 사무관들이 세세한 움직임까지 살펴 과장이나 국장에게 보고합니다.
그간 이러한 동향 파악은 해외 언론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경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서, 정치는 워싱턴포스트(WP)나 뉴욕타임스(NYT) 등을 주로 참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니터링 대상 ‘1호’가 바뀌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올리는 주요 정책이나 결정 등이 백악관 브리핑이나 언론보다 빨리 소개된 경우가 많아 가장 뜨거운 관찰 대상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최근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이란핵협정 탈퇴, 북미 정상회담 취소 등이 트위터를 통해 먼저 전파됐습니다. 그의 유별난 트위터 애착과 이를 통해 공개되는 말 몇 마디가 세계 정치ㆍ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취임 전 1,700만명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는 1년 반 만에 3배가 뛰어 5,226만명에 이릅니다. 이 중엔 기재부 국금과, 외자과 사무관 예닐곱 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하면 알려주는 알람을 해 놓아 새벽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합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들을 ‘트럼프 대응팀’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하도 트윗을 해대니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불안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워싱턴은 한국보다 13시간이 늦습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아이엔씨닷(Inc.)은 최근 “트럼프는 자신과 관련한 뉴스가 하루 종일 뉴스의 중심이 되도록 트윗 대부분을 오전에 올린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자정 전후인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 때문에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 기재부 사무관들의 잠 못 드는 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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