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는 30일 미국 뉴욕으로 향할 예정이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께 고려항공 JS1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 도착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영접을 받으며 주중 북한대사관 1호차를 타고 베이징 모처로 이동했다. 이날 공항에서는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목격됐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에서 하루를 머문 뒤 오는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국제항공 CA981편에 탑승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판문점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 논의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임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문점 의제 논의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 국장대행이 김 부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논의가 9부 능선을 넘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태로 보인다”면서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 회동은 양국 정상이 사인을 하기 전 마지막 담판을 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출신으로 핵 문제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지식도 풍부한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외정책 전반을 꿰뚫고 있는 김 위원장의 핵심측근이다. 그는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을 끌어냈고, 지난 26일에는 김 위원장의 전격 제의로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북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미국행에 앞서 중국 측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중국국제항공 CA817편을 예약했지만 베이징에 도착한 뒤 예약을 변경했다. 북미 간 일정 조율의 결과일 수 있지만 북중관계를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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