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서 우파 두케 39% 득표 1위
“협정 수정해 반군 지도자 처벌”
‘협정 유지’ 페트로, 25%로 2위
좌파 후보 첫 결선 진출 사례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좌파와 우파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이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 지속됐던 콜롬비아 내전을 종식시킨 2016년 평화협정의 앞날도 내달 17일 치러지는 ‘대선 2라운드’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콜롬비아 대선의 개표(투표율 53%)가 잠정 완료된 결과, 강경보수 우파 성향인 이반 두케 민주중도당 후보가 39.1%를 득표해 총 5명의 후보들 중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5.1%의 득표율을 올린 좌파 진영 ‘인간적인 콜롬비아’ 소속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차지했다. 콜롬비아 선거법은 1차 대선에서 50%를 넘는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끼리 결선 투표를 치르도록 하고 있는데, 보수 색채가 강한 이 나라에서 좌파 후보가 결선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이념 성향에서 보듯 두 후보는 모든 정책 이슈에서 정반대 노선을 취했다. 변호사 출신인 두케 전 상원의원은 ▦법인세 등 각종 세금 인하 ▦국가재정 축소를 강제하는 재정준칙 완화 등 친시장주의 공약을 내세웠다. 보수 강경파인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통한다. 반면, 좌파 게릴라 조직 M-19 출신으로 2012~2015년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낸 페트로 후보는 ▦부패 척결 ▦소득 불평등 개선 ▦무상복지 등을 제시했다. 그로 인해 빈민층의 표심을 얻었으나,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잔인한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은 2016년 11월 정부가 옛 최대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의 수정 여부다. 두케는 내전 기간 중 마약밀매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반군 지도자들에게 너무 관대한 협정을 수정해, 이들을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반대로 페트로는 사망자 22만명을 낳은 ‘50년 내전’을 비로소 끝낸 평화협정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선 결선투표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콜롬비아의 보수적 성향 탓에 두케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지만, 1차 대선에서 3위(득표율 23.8%)였던 중도좌파 세르히오 파자르도 후보의 지지표가 페트로에게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은 “파자르도 지지층의 표심이 관건”이라며 “향후 2주간 유세 때 두케와 페트로가 내놓을 메시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남미 관련 싱크탱크인 ‘미주간 대화’의 마이클 쉬프터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평화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좌파 후보인) 페트로 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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