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지렛대 삼아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 추월을 시도하고 있다. 14억 중국인의 데이터를 집적해 안면인식 부문에서 이미 미국 수준에 바짝 따라붙은 중국이 아프리카 진출로 미국의 약점인 ‘흑인’ 안면인식 분야의 정확성을 끌어올려, 이 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서려 한다는 것이다.
28일 미국 인터넷 매체 쿼츠 아프리카판에 따르면 중국의 안면인식 개발 벤처기업인 클라우드워크는 지난달 짐바브웨 정부와 전략적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는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 AI 기술의 첫 아프리카 수출 사례다. 클라우드워크는 짐바브웨 정부의 공항과 기차역 보안 검색과 금융 서비스 네트워크 설계를 돕겠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천만에 달하는 흑인들의 안면 인식 정보가 자동으로 집적된다.
중국은 범죄자 색출에 안면인식이 가능한 스마트 선글라스를 사용하고 KFC 매장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안면인식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중국이 단기간 안면인식 기술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건 14억 인구를 토대로 방대한 데이터를 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라우드워크의 짐바브웨 진출은 중국이 아직 구축하지 못한 흑인 관련 데이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시스템의 경우 백인 대비 흑인에 대한 안면인식 정확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짐바브웨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늘린다면 중국 시스템이 미국ㆍ유럽 수준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MIT미디어랩 연구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중국 메그비 등 글로벌 대표기업의 안면인식 기술은 백인 남성에 한해서만 정확도가 높은 상황이다. 양 즈치양 클라우드워크 최고경영자(CEO)는 “AI 머신러닝은 충분한 데이터를 통해 향상된다”며 이 분야 데이터 집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연구자들이 아프리카인의 데이터를 활용하게 된 사례는 짐바브웨 정부와 클라우드워크 간 민관 협력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지역 휴대전화 1위 판매 업체인 중국 촨인홀딩스(傳音控股ㆍTranssion Holdings)는 아프리카에서 판매될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휴대전화 모델 ‘테크노카몬X 프로’를 지난달 공개했다.
한편 사생활 침해 등 중국 자본의 아프리카 인을 상대로 하는 안면관련 정보 수집의 윤리적ㆍ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쿼츠는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저가폰을 사용하고 관료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혁신의 대가로 개인 정보의 금전적 가치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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