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동반 가입하는 것이 최상인데
미국은 양자협상 통해 자국 보호조치 강화
“단독 가입은 손실 큰 한일FTA 체결과 마찬가지”
다음달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 결정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효과를 감안하면 미국과의 동반 가입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미국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CPTPP 회원국과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단독 가입에 나섰다가 되레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CPTPP 가입과 관련해 국내 경제ㆍ산업ㆍ통상에 미치는 영향, 주변국 동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내달 가입 여부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타당성을 검토해 상반기 중 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PTPP는 애초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2개국이 참여한 ‘메가 자유무역협정’(Mega-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면서 만들어진 체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TPP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탈퇴했다. 남은 11개국은 지난 3월 정식 서명하고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김 부총리의 가입 여부 검토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미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TPP 복귀 카드를 만지작대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CPTPP로 되돌아갈 경우 자칫 한국이 중국과 한데 묶여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김 부총리의 발언은 국내외에서 가입 긍정 신호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다자협상 대신 개별국과의 일대일 협상 진행으로 선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CPTPP 복귀 가능성도 현재로선 매우 낮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TPP가 미일 양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자 “TPP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면전에서 못박았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도 양자 협상을 벌여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현행 CPTPP에 단독 가입할 경우 되레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특히 대(對)일본 무역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참여하는 TPP에선 266억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발생하지만, 미국 없는 CPTPP에 참여한다면 79억달러의 경상수지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CPTPP 단독 가입은 한일FTA 체결과 마찬가지 효과를 낼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정부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동시 가입이 전제 조건은 아니다”면서도 “실제 가입은 CPTPP 기존 회원국 중 6개국이 비준이 끝나는 내년에야 가능해 아직 고민할 시간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