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포화에 기상악화도 영향
세월호 이후 뱃길 회복도 불투명
“관광산업 질적성장 초점 맞춰야”
올들어 지난달까지 제주로 오려던 내국인 관광객 8만여명이 항공기 결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제주국제공항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세월호 참사 이후 제주와 인천을 연결하는 뱃길은 4년째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제주로의 접근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제주관광산업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8일 발표한 ‘제주경제 브리프’에 따르면 올들어 4월말까지 기상악화에 따른 항공편 결항건수는 537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1회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제주를 방문하지 못한 내국인 관광객 수는 7만7,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노선 항공기 탑승률이 지난해부터 90%를 넘어섰고, 항공기 운항 지연도 급증하면서 30분 넘게 대합실에서 대기하는 것은 일상화되는 등 제주공항의 이용객 수용 능력도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제주 뱃길 사정도 비슷한 실정이다. 최근 항만 여객 실적이 늘어나고 있지만 항만 노선이 전남과 부산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세월호 참사 이후 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권과 연결되는 제주-인천 노선 재개가 불투명해 이용객 증가가 제한적이다. 지난해 여객선 이용객은 169만명으로, 세월호 참사 이전인 2013년 223만명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여기에 2015년 11월 목포, 완도에 이어 세 번째로 여행객이 많이 이용했던 성산포-장흥간 노선이 폐쇄되면서 예전과 같은 여객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제주본부는 또 제주여행 수요가 임계치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내놨다. 지난해 제주방문 내국인 관광객 수는 10년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1,352만명으로, 이는 제주를 제외한 국내 총인구 5,112만명(주민등록인구 기준)의 25%를 초과한 수준이다. 또 재방문율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에만 총인구 중 약 20%인 980만명이 제주를 방문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내국인 관광객의 국내여행지로서의 제주에 대한 관심도는 2016년과 지난해 모두 60%대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이같은 관심도가 실제 여행 계획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제주본부는 “내국인 관광객 수요 요인이 약화되고 있고, 제주로의 접근성도 악화되면서 내국인 관광객 증가세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제주관광정책은 관광객 수 증가보다는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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