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위기상황서 헌법 따라 처리
민심 헤아려 입법부의 사명 재확인
정파적 이해관계 못 넘어 개헌 불발
품격 있는 정치인으로 당당히 갈 것
정세균 국회의장이 퇴임을 하루 앞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했다”며 “헌정의 중단과 국정공백 없이 새 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회가 민심을 헤아린 결과이자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의장에 취임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그 다짐을 모두 실현해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왔다는 사실만큼은 감히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임기내 이룬 성과로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발족, 불체포특권 남용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ㆍ무분별한 증인채택 관행 개선 등을 꼽았다. 특히 의장-원내 교섭단체 회동 정례화도 주요 성과로 언급하며 “다당제가 된 20대 국회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의장-원내 교섭단체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소통으로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개헌 불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년 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개헌과 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정파의 이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면서도 “비록 6월 개헌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지난 1년반 동안 축적한 개헌 논의와 새 헌법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을 여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가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면서 “진정한 의회주의자, 품격 있는 정치인으로 역사 앞에 당당히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효숙 기자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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