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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트럼프의 협상술… 판 깰듯 충격요법으로 북ㆍ중 동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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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트럼프의 협상술… 판 깰듯 충격요법으로 북ㆍ중 동시 압박

입력
2018.05.27 2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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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뒷배 삼아 주도권 쥐려던

북한 의지 럭비공 외교로 꺾어

‘협상의 기술’ 되받아치라 연상

중국도 역할론 대신 상황 주시로

종전선언에 중국참여 여지 둔 문대통령도

2차 남북회담 뒤엔 중국 언급 안해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격 요법’이 이탈했던 북미 정상회담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는 다소 이례적인 평가가 나온다. 북미 간 기싸움, 북중 밀착 등 가변성이 증가하던 상황에서 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한 뒤 하루만에 재추진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서다.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북미 회담 주도권을 틀어쥐게 됐고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며칠 동안 보여준 모습은 글자 그대로 ‘럭비공 외교’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이라는 다소 모호한 형식을 빌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했고, 이튿날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에서 대화 의지를 내비치자 곧바로 이를 환영하며 정상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공개 정상회담이 열리던 시각엔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불과 이틀 만에 극과 극의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트럼프 대통령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애초부터 정상회담의 완전한 취소를 염두에 두진 않았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그는 공개서한에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을 향한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는 뚜렷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까지 비난을 퍼붓는 북한에겐 회담 취소에 따른 상황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으로 영향력을 넓혀오자 ‘시진핑 배후론’을 반복하며 중국이 가장 우려하던 회담 취소의 책임을 덮어씌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북한과 중국은 물론 동맹인 한국도 몸을 낮췄다. 북한은 정면 맞대응 대신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며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진핑 배후론 해명에 힘을 쏟던 중국도 ‘역할론’을 주장하는 대신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후퇴했다.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던 문재인 대통령조차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중국을 사실상 배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 엄포 소동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에서 중국 변수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하고, 비핵화 논의를 순수한 북미 양자 간 ‘게임’으로 단순화함으로써 주도권을 틀어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진실’의 저자인 마이클 디 안토니오는 “판을 깰 것처럼 상대를 몰아붙여 양보를 끌어내는 사업가 특유의 협상기술”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 제시된 11가지 원칙 중 ‘되받아치라’는 대목을 언급하며 “북한이 중국을 뒷배 삼아 협상을 주도하려 하자 판을 뒤집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기획하진 않았겠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냉혹한 힘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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