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은 남북미 핵심 고리
폼페이오 美 국무와 오랜기간 소통
평창 北참석 등 김영철과 조율해와
26일 전격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북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만 배석했다. 1차 정상회담 때 배석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빠졌다. 사안의 중요성과 긴박성 때문에 남북정상 간 대화가 ‘톱 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실무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 간 라인이 재가동됐다는 관측이다.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남북 및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물밑접촉을 이끈 주역이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각종 현안을 함께 조율했다. 서훈-김영철-폼페이오로 이어지는 라인이 긴밀히 협조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차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서 원장과 굉장히 잘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은 협력과 토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해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 등을 고려할 때, 서훈-김영철-폼페이오 라인 간 사전 조율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서훈-김영철 라인의 중요성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연초부터 진행된 남북 간 해빙무드에서 서 원장의 국정원과 김 부위원장의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과 물밑 접촉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 참석과 남북 고위급 대표단 상호방문 등에 이어 두 차례 정상회담까지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뜻을 직접 전달하고 조율하면서 상황을 끌어 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개최와 북한의 비핵화, 북미 간 경제협력 등 향후 예상 프로세스에 두 사람의 남북 정상 간 실질적인 대리인 역할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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