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착 정황, 판사 뒷조사 등 확인
사찰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 “고발하겠다”
법조계서도 “검찰 수사 불가피” 힘 실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판사들을 사찰하고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사법부가 관련자 고발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세 번에 걸친 ‘셀프 조사’ 결과, 법원이 스스로 의혹을 털어내는 데 실패함에 따라 검찰 등 외부기관이 사법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차성안(41ㆍ사법연수원 35기)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페이스북 등에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인 판사는 직무상 범죄를 발견하면 고발할 의무가 있다’라며 ‘(뒷조사 의혹 등을 확인한) 대법원사법행정권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 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과거 법원행정처의 판사 사찰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비슷한 피해를 당한 판사들이 동조할 경우 고발인원이 더 늘 수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전날 논평을 내고 “이번 조사 결과는 사법부에 대한 그간의 의혹과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특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정치권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 한 정황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과 별도로 단순 3심 사건의 재판을 맡는 상고법원 신설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앞서 특조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5일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부적절하게 유착한 정황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조단은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진 증거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라며 “형사처벌 대상으로 수사의뢰 또는 고발 조치할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1차(지난해 4월)와 2차(올해 1월) 조사결과에 이어, 이번에도 법원이 “잘못은 있었지만 고발은 없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놓음에 따라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 불가피론 쪽에 힘이 실린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이미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사법부 안에서도 그냥 덮을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국 각 법원 대표 판사들이 모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11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표회의 소속 한 판사는 “추가 조사나 검찰 수사 필요성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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