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대기검사 결과 뒤늦게 공개
미세먼지ㆍ알데하이드류도 급증해
완전 진화에 나흘이 걸린 인천항 화물선 화재 당시 인근 지역 대기 질이 급격하게 나빠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직후 미세먼지와 중금속, 독성물질인 알데하이드류 수치가 급증했으며 복합악취는 기준치 최대 45배까지 나왔다.
인천시는 지난 21일 발생해 24일 진화된 파나마 국적 화물선 오토배너호(5만2,224톤) 화재와 관련해 주변 환경에 대한 검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시는 “인천항 인접지역은 화재로 발생한 연기로 악취, 미세먼지 등 영향을 받았다”며 “지역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기환경 오염으로 인한 환경 위해성 영향조사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기측정망 검사 결과 인천항이 있는 중구는 23일 미세먼지(PM10) 농도가 최대 174㎍/㎥까지 치솟는 등 화재 당일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PM10 농도는 151㎍/㎥ 이상이면 환경부 기준 ‘매우 나쁨’에 해당된다.
화재 현장 동쪽 250m 지점 경우 PM10 농도가 377㎍/㎥를 기록했다. 이는 인근 신흥측정소 일 평균(21일 32㎍/㎥)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구와 인접한 동구의 PM10 농도도 23일 150㎍/㎥로 급증했고 남구와 남동구도 오염도가 한때 증가했다.
중금속류도 많은 양이 검출됐다. 납(Pb)의 경우 화재 현장 250m 지점에서 0.4132㎍/㎥가 나왔는데, 이는 4월 평균 수치(0.016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카드뮴(Cd)과 구리(Cu), 크롬(Cr), 니켈(Ni)도 4월 평균을 상회하는 양이 검출됐다.
두통과 메스꺼움 등을 유발하는 복합악취 검사 결과 화재 현장 90m 지점에서 배출허용기준치의 45배, 1㎞ 떨어진 곳에서 기준치의 3배가 넘는 악취가 검출됐다.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알데하이드류도 배출허용기준의 최대 5배까지 높게 나왔다.
시는 앞서 22일 당일 오후 1시와 전날 오후 6시 기준 대기오염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었는데, 당시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PM2.5), 아황산가스(SO2), 일산화탄소(CO), 오존(O3), 이산화질소(NO2) 등이 모두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뒤집는 검사 결과를 이날 뒤늦게 내놓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21일 오후와 심야시간 대, 22일 오후에 신흥, 송림, 송현 등 화재 현장 인근 측정지점에서 (대기오염) 영향이 나타났고, 송도, 동춘 등 거리가 먼 지역에서도 21일 야간부터 22일 새벽 사이 오염도 증가가 관측됐다”며 “화재 진압을 위해 배 상부를 개방한 23일 오후에 신흥, 송림, 송현 등에서 다시 높은 오염도가 관측됐다”고 말했다.
오토배너호 화재는 21일 오전 9시 39분쯤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를 싣다가 발생했다. 이 불로 배에 있던 중고차 2,438대 중 1,500여대가 불에 탔는데, 차량 연료와 고무타이어, 시트 등이 타면서 현장에서 10㎞ 떨어진 연수구와 남동구까지 냄새가 진동했다. 화재 당일 119소방상황실에는 200여건의 악취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시에도 100여건의 민원이 빗발쳤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