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늘리고 연임 제한 삭제
개헌안 통과… 민주주의 후퇴

아프리카 중동부의 인구 1,100만명의 국가 부룬디의 피에르 은쿠룬지자(54) 대통령이 2034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2005년부터 집권해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부룬디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임기에 관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개정안을 놓고 17일 실시된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96%였고, 찬성이 73%, 반대가 19%였다. 개헌안은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이전 임기와 상관없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현 임기가 2020년 끝나는 만큼 연임에 계속 성공할 경우 70세가 되는 2034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이 트인 셈이다.
이전 부룬디 헌법은 대통령직을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게 제한했지만,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만족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3연임을 본격 추진하면서 유혈 사태까지 겪었지만, 정치적 욕심을 채우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유혈 사태로 최소 1,200명이 숨지고 40만여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후진적 정치 행태는 아프리카에 부룬디만의 모습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권력자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임기 말 대통령이 헌법을 바꿔 권력을 연장하는 사례가 많은 나라에서 관찰되고 있다. WSJ은 독재자의 최근 몇 년간 권력 연장을 위한 임기 제한 철폐조치가 이뤄진 아프리카 국가가 부룬디 주변에만 10여곳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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