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주요 재판에 대해 교감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을 미끼로 청와대와 뒷거래를 시도한 것이어서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진상규명과 법적ㆍ행정적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25일 그 동안 확보하지 못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들의 컴퓨터에 들어 있는 3만7,000여 개의 파일을 조사해 청와대와 협조할 방안을 검토한 다수의 문건을 새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는 “국가적ㆍ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이라고 쓰여 있다. 대법원이 주요 사건 재판 시 청와대와 사전에 판결을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문건에는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통상임금 사건, KTX 승무원 사건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정권과 관련된 특정 사건에서 청와대와 조율해왔거나 적어도 눈치를 봐왔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나 다름없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판사들에 대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1,2차 조사위원회의 거듭된 컴퓨터 조사 요청에 당사자들이 극구 거부한 이유를 알 만하다. 특별조사단 말대로 “상고법원 추진이라는 목표 달성에만 몰두해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에는 눈 감아버린”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는 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뚜렷한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도 눈감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논란이 됐던 블랙리스트도 법원행정처가 판사 성향과 동향에 대해 뒷조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증거가 없어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만간 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사법부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한 이번 사태를 묵과해선 안 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는 물론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고발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를 다짐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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