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챔스리그 3연속 정상
호날두의 시저스 킥과 비교될
그림같은 오버헤드킥 역전골
실수로 첫 골 내준 리버풀 골키퍼
베일의 중거리 슛까지 놓쳐 3실점
살라, 어깨 부상으로 전반 교체
이집트 월드컵 대표팀도 비상
가레스 베일(29ㆍ레알 마드리드)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26ㆍ리버풀)의 눈물, 리버풀 수문장 로리스 카리우스(25)의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3연패로 막을 내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은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에서 후반 10분까지 1-1로 팽팽하던 맞섰다. 후반 16분 교체로 들어간 베일이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는 후반 19분 결승골, 후반 38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베일의 결승골은 작품이었다. 조금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온 마르셀로(30)의 크로스를 슬쩍 본 그는 훌쩍 날아올라 왼발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해 골 망을 흔들었다.
과거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믿기지 않는 득점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1999~2000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스티브 맥마나만(46)은 발렌시아(스페인)와 결승에서 태권도 앞차기를 연상시키는 가위차기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지금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네딘 지단(46)은 2001~02시즌 바이엘 레버쿠젠(독일)과 결승전 때 그림 같은 발리 슈팅으로 그물을 가르며 2-1 승리를 이끌어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애칭. 손잡이 모양이 큰 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를 품에 안았다. 베일도 챔피언스리그 결승 역사에 남을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베일의 슈팅은 팀 동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가 지난 4월 유벤투스(이탈리아)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오른발로 만든 시저스 킥과도 비교된다. 골닷컴이 ‘플레이스테이션 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골이었다. 호날두와 베일이 득점을 한 시간이 63분대로 동일한데다 득점 당시 골대 뒤 광고판의 모습까지 똑 같은 점도 화제를 모은다. 국내 팬들은 베일의 골을 보며 “‘작은 형’이 또 ‘우리 형’을 따라 했다”고 즐거워하고 있다. 팬들은 슈퍼스타인 호날두를 ‘우리 형’ 또는 ‘큰 형’, 그런 호날두를 평소 존경하며 잘 따르는 베일을 ‘작은 형’이라 부른다.
2004~05시즌 이후 13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렸던 리버풀은 ‘주축 공격수’ 살라의 부상이 뼈아팠다. 살라는 전반 26분 상대 세르히오 라모스(32)에 팔이 낀 채 넘어졌고 왼쪽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며 뒹굴었다. 의료진의 처치를 받고 운동장에 섰으나 다시 쓰러져 결국 전반 31분 교체됐다. ‘꿈의 무대’에서 기량을 채 펼치지도 못하고 퇴장한 살라는 펑펑 눈물을 쏟아 키예프까지 먼 길을 찾은 리버풀 팬들을 울렸다. 살라의 부상에 28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한 이집트 대표팀도 비상이 걸렸다.
살라를 잃은 리버풀은 골키퍼 카리우스의 연이은 실수까지 겹치며 무너졌다. 카리우스는 후반 6분 볼을 동료에게 손으로 건네려 했지만 상대 공격수 카림 벤제마(31)가 재빠르게 오른발을 내밀었고 벤제마 발에 맞은 공이 그대로 골이 됐다.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어이없이 선제골을 내준 리버풀은 4분 뒤 사디오 마네(26)가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베일에 오버헤드킥으로 두 번째 골을 허용한 뒤 후반 37분 베일이 때린 왼발 중거리 슈팅을 카리우스가 또 다시 놓쳐 고개를 숙였다.
결승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호날두는 역대 최다인 5회 우승, 2013년부터 6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경기 뒤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시간은 좋았지만 며칠 내로 내 입장을 이야기할 것이다“고 결별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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