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선고 2심 깨
“성적 자유 침해한 것”
2016년 8월, 배모(40)씨는 2주 전 이별 통보를 받고 헤어졌던 전 여자친구 30대 A씨를 만나 술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A씨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부산 연제구의 빌라 주차장과 승강기에서 A씨를 끌어당겨 안고 키스했다. 당시 A씨는 특별한 저항 없이 배씨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달래는 듯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나중에 조사됐다.
문제는 그 뒤 터졌다. A씨의 새로운 남자친구 이모씨가 A씨를 만나러 찾아왔다가 배씨를 보게 됐고, 시비 끝에 이씨가 배씨를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렸다. A씨는 배씨에게 이씨와 합의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나흘 뒤 자신과 포옹하고 키스한 배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하급심은 전 남자친구 배씨의 키스가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봤다. 1심은 “피해자가 특별한 저항을 하지 않았고,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합의를 하지 않자 고소한 것) 등을 고려할 때 당시 피해자가 항거하기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제 키스 행위는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추행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봐야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조문상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한 경우에만 죄가 성립하는데, 최근 법원 판례는 피해자가 미처 항거할 새도 없이 이뤄지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인정한다. 기습행위 자체에 폭행이 담겨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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