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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했지만 인사 불이익 없어’ 아리송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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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했지만 인사 불이익 없어’ 아리송 결론

입력
2018.05.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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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부터 사법부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상 '반쪽'짜리 진실 규명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기 위해서 명단을 작성·관리했다는 의혹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연기하고 축소하라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전국 법관을 상대로 '국제법 관점에서 본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수백 여명의 법관이 참여했다. 이에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행정처 심의관에게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언론 등을 통해 "판사들 성향을 파악한 문건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밝혔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법원 내부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법원 내부 혼란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지난해 3월 이인복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에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줄 것을 요청했고,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는 '1차 조사'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는 확인했지만,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찾지 못했다고 지난해 6월 결론을 냈다. 행정권 남용 의혹의 책임자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거론됐으나 진상조사위의 결과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감봉 4개월의 징계를 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자 전국 일선 법관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즉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핵심 물증으로 알려진 법원행정처 컴퓨터 안에 담긴 파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추가조사를 거부했고, 일선 판사들은 사직서를 내거나 금식을 시작하는 등 방식으로 반발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법원의 수장은 양 전 대법원장에서 김명수 현 대법원장으로 바뀌었다.

김 대법원장은 첫 출근 날부터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여부는 시급히 결정할 문제"라며 당면 현안으로 지목했고, 전국법관대표회의 면담을 거쳐 지난해 11월 추가조사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가 구성돼 추가조사가 진행됐다. 추가조사위원회의 '2차 조사'에서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 등 재판 독립 침해가 의심되는 정황 등이 포착돼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2차 조사도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법원행정처 업무용 컴퓨터는 여전히 열어보지 못했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암호가 설정되거나 삭제된 파일 등 760여개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도 내놓지 못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법원 내부 위원회로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었고,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첫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됐다. 김 대법원장은 후속 조치로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을 단장으로 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임 전 차장과 기획조정실 등 컴퓨터에 담긴 암호 파일을 확인했고, 의혹 별로 조사를 진행했다. 문건 작성자와 작성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대면 조사도 실시했다.

3개월이 넘는 '3차 조사' 끝에 조사단은 지난 25일 192쪽의 조사보고서를 김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1·2차 조사에서 밝힌 의혹을 수용하는 한편 추가로 조사된 내용도 결과에 포함했다.

그러나 3차 조사에서도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사찰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조직적·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블랙리스트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임 전 차장 등에 대해 별도의 형사고발 조치는 없음을 시사했다.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1년여 기간 동안 3번의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숱한 의혹만 남긴 채 진실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일선 법관들이 조사 결과에 대해 갖는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본인이 사찰 대상이 됐던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 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라며 "이런 식의 면죄부를 주면 누가 법원의 재판을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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