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조상우(24)와 포수 박동원(28)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던 넥센이 사과 후 이틀 만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신인 투수 안우진(19)을 1군으로 올렸다.
안우진은 휘문고 재학 당시 학교 폭력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고, 구단도 정규시즌 50경기 출전 정지와 같은 기간 퓨처스리그 출전 금지 징계도 받았다. 안우진의 자체 징계는 23일 팀이 50경기를 소화하면서 끝났고, 넥센은 25일 1군 콜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선수 관리 소홀과 도덕성 문제로 야구 팬들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안우진까지 1군에 올려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왕 맞은 매를 한꺼번에 몰아 맞는 정면 돌파인 셈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날 고척 롯데전에 앞서 “부담이 크다”면서 “선수가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장 감독은 “2군에서 숙소 생활을 하며 지나간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고 하더라”며 “앞으로 인성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특급 투수로 평가 받았다. 키 193㎝, 몸무게 95㎏의 우수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시속 150㎞ 강속구를 던졌다. 서울 지역 최우선 지명권을 보유했던 넥센은 1차 지명에서 안우진을 선택했고, KBO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공동 5위인 6억원을 안겼다.
징계로 인해 넥센 2군 팀인 화성 히어로즈에서 훈련을 소화했던 안우진은 독립리그나 구단 자체 청백전에서만 실전 투구를 소화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이날 팀이 13-2로 크게 앞선 9회초에 곧바로 등판했다.
마운드에 올라 투구 전 모자를 벗어 1루와 3루를 바라보며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공을 뿌렸다. 구위는 역시 위력적이었다. 첫 타자 채태인을 상대할 때 초구로 시속 151㎞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채태인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후속 문규현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ㆍ2루 위기를 맞았다. 김동한을 삼진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그는 앤디 번즈를 병살타로 처리해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안우진은 “반성하면서 지냈다”며 “경기를 못 뛰고 있으니 내 잘못이 더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좋은 인성을 갖추고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피해 학생) 한 명은 연락이 안 닿고 다른 학생과는 연락하며 지낸다. 항상 시간이 지나도 미안한 마음 잊지 않고 야구하겠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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