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일 만에 경제 활동 공개
사진 12장 사용 비중있게 전해
풍계리 폐기 보도는 3면에 작게
“경제 건설 노력 대내 선전 의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북한이 5개국 취재진을 불러 24일 치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때 김 위원장은 어디에 있었을까.
2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김 위원장이 강원 지역에 새로 완공된 고암~답촌 철로를 시찰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1면 9장, 2면 3장 등 사진 12장을 곁들였다. 통상 공개 활동을 이튿날 보도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 관행으로 미뤄 김 위원장의 철로 현장 방문은 24일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날은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외신 기자단이 보는 앞에서 허물어뜨린 날이었다.
김 위원장의 경제 관련 공개 활동은 2월 4일 평양 무궤도전차 공장 방문 이후 3개월 20일 만이다. 그 사이 당 차원 회의나 남북, 북중 정상회담 등 외교 행사 공식석상에 주로 등장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고른 날이 하필 핵실험장 폐기 의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공교롭게 대외적으로는 메시지의 무게가 훨씬 큰 핵실험장 폐기 소식도 신문 3면 하단에 사진 없이 조그맣게 다뤄졌다.
이번 김 위원장 행보에는 “수송 관련 관심이 반영된 듯하다”는 게 통일부 해석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지난달 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 건설 집중’ 노선 선전의 연장선상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성과를 내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내적으로 알려야 하는 분야는 핵 개발 중단보다는 경제 건설”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북미 정상회담 취소 통보에 과거와 달리 유연하게 대응한 것도 경제 건설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북한이 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 참관단이 방중을 마친 뒤 귀국했다고 이날 조선중앙방송이 전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20일 당 회의 이후 대내 매체들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당 일꾼들의 경제 건설 노력 소개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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