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축제 술 판매 금지, “추억을 없애다니” vs “만취 꼴불견 줄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축제 술 판매 금지, “추억을 없애다니” vs “만취 꼴불견 줄어”

입력
2018.05.27 14:00
0 0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며 소주를 자발적으로 지참할 것을 권하는 포스터.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며 소주를 자발적으로 지참할 것을 권하는 포스터.

‘주류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학가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예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점에서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 지난달 국세청이 주세법 위반을 이유로 관련 법령을 준수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하자 교육부가 각 대학에 공문을 발송한 데에 따른 변화다. 사실 캠퍼스 내 주류 판매는 원래 불법이지만 오랫동안 당국이 사실상 이를 묵인해 왔다.

학생들이 반발했지만 국세청과 교육부의 지침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학교 축제 현장에 방문해보니 많은 주점 부스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붙여놓았다. 편법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점 규모는 줄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미성년자나 가족도 방문하는 캠퍼스에서 불법적으로 술을 판매하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만취하는 것을 당연시 해 온 관행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고려대 4학년에 재학중인 최모씨는 “즐길 때는 좋지만 다음날 등교할 때 쓰레기 악취나 토사물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이 많았다”면서 “올해는 예전보다 주점 규모가 줄어들어서 취객도 많이 사라졌다”고 이번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축제 때) 모르는 사람의 도 넘는 친밀감 표시 등도 있었고, 타인의 오물을 직접 보게 되는 등 불쾌함을 많이 느꼈다”(엄모씨, 계원예술대학교 1학년), “다짜고짜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았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 외부인이 들어와 술 취해 함부로 행동하는 것도 불쾌했다”(송모씨, 성균관대 4학년)며 학내에서 취객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엄씨는 “주점에서 술을 팔지 않으니 취한 사람들이 확연히 줄었고, 학생들이 술 대신 축제의 다른 부분에서 더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면서 “굳이 술을 마시고 싶으면 학교 주변 술집으로 나가면 되고 나 또한 그랬다”며 학교 안에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축제를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 조치에 대해 반감을 가진 학생들이 훨씬 많다. ‘대학축제=술’이라는 인식이 여전한 탓이다. 숭실대 4학년 이모씨는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음주문화가 잘못된 거지, 축제 때 술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꼴불견 음주문화도 ‘추억’이므로, 축제 기간에는 캠퍼스 내에서 취객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겪어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 “술을 즐겨 마시고 축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장모씨, 고려대 대학원생)거나, “술 취해 시비를 거는 경우는 학교축제보다 술집이 더 많고, 학교축제는 오히려 그런 경우 친구들이 막는다”(김 모씨, 한성대 대학원생)며 음주 문화에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방문했던 대부분 학교 축제에서 이번 국세청과 교육부의 ‘준법 주류판매 금지’ 지침을 완전하게는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편법으로 술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여태까지 당연시하던 학내 음주 관행에 대해 학생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정혜지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