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양육시설에서 원생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진학지도를 한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전남 모 아동양육시설 원장에게 상급학교 진학 시 원생들의 의사를 존중해 지도할 것을 권고하고, 고등학생 이상만 휴대폰을 소지하도록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사용 연령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월 해당 시설 한 생활지도원으로부터 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학교와 양육시설의 거리가 멀어 원생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원생 의사를 무시한 채 상급학교로 진학시켰으며, 고등학생 이상에게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등 인권침해를 저질렀단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해당 진정에 대해 시설 관계자는 “원생에게 희망 학교로 진학했을 때 어려운 점을 설명해 원생의 동의를 받았으며, 휴대폰은 앞으로 중학생도 사용하게 할 예정이었다”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이들은 원생들이 희망 학교를 밝혀도 진학 상담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시설 측 권유(원치 않는 학교 진학)를 동의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원장 등이 진학에 대한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거나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중학생 이하 원생들에게 일괄적으로 휴대폰 소지를 제한한 것은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친교 활동을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따돌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시설 원장 등이 원생들에 대해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본다”면서 “상급학교 진학 시 원생들의 희망 의사를 존중해 아동 복리에 가장 부합하는 지도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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