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복 우려하면서도 북미대화 유지 강조
일본 언론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당장의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사라질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 간 대화를 이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발표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적인 언동이 점점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회담을 통한 비핵화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향후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관계의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잇단 공격적인 성명에 분노를 숨기지 않았고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시킨 당일에 회담 취소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다시 위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아 올해 1월부터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사라질 경우 극도의 위기에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대화의 문을 닫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북미관계의 방향을 통해 동북아의 향후 안전보장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양측 간 합의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달 12일이라는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그간의 양측 간 교섭의 실적을 자산으로 삼아 차분하게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번 회담 취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하고,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의견 대립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긴장관계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다큐쇼쿠(拓殖)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중단 의사를 밝혔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어 총리관저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해 “미국의 회담 취소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을 위한) 줄다리기의 일환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새로운 조건을 이끌어내 회담을 재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 관계자는 도쿄(東京)신문에 “회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시기가 늦춰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로선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ㆍ미사일 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국의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성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을 서둘러 개최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 측의 방침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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