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LG-NC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중반 구본준 LG 구단주가 찾았다. 야구단에 애착이 큰 구 구단주의 잠실 방문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바로 전날 형인 고(故) 구본무 회장의 발인을 마친 직후라 그의 심경은 특별했을 것이다. 구 구단주는 24일에도 방문을 예고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별세 이후 고인이 야구단에 쏟아 부었던 각별한 애정과 LG 구단의 역사가 재조명됐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트윈스를 창단한 구 회장은 두 차례 우승(1990년ㆍ1994년)을 밑거름으로 폭발적인 인기 몰이에 성공하며 그룹의 간판까지 바꿔 달았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공수해 와 축배로 들기로 했던 23년 묵은 술과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던 20년 된 시계까지, 세 번째 우승을 갈망하던 구 회장이 생전 야구단에 남긴 유산도 회자됐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기본이었고, 우승이냐 아니냐만 관심이었던 LG의 그 시절 구 회장에겐 이토록 멀지 않아 보였던 다짐이고 공약이었다.
그렇게 애지중지해 온 야구단을 구 회장은 2008년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넘겼다. 그룹 총수인 구단주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지만 야구 사랑이 남다른 LG가(家)에서 야구단은 ‘아무나’ 맡을 수 없다. 기업 경영에 치중하다 보니 야구단에 관심을 쏟지 못하던 구 회장이 손을 떼면서도 자신 못지 않게 야구를 좋아하는 동생이니 맡긴 것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구 구단주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 없었지만 그처럼 형의 분신과도 같았던 야구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간 아련한 마음, 그리고 이제 형의 유업이 된 야구단 구단주로서의 사명감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제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40)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상무)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예정이지만 여러 모로 절차가 남아 야구단도 당장은 대외적인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