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설비ㆍ인력 등 모두 철수
“풍계리서 핵실험 이제 불가능”
“분명한 것은 목요일(24일) 북한의 핵 실험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참여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폭파 소식을 전하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다른 해외 언론들도 북한이 비핵화의 첫발을 뗀 순간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가장 먼저 속보를 전한 매체는 미국의 AP통신이었다. 통신은 북한이 수 시간에 걸쳐 폭파를 진행했다면서 “그럼에도 이는 불가역적인 움직임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핵화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여러 중요한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봤다”며 “그들은 셋, 둘, 하나 카운트 다운을 했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먼지와 열기가 덮쳐 왔고, 대단히 큰 소리가 났다. 나무로 만들어진 관찰용 오두막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북한 관리들이 폭파 현장 참관 기자들에게 ‘전례 없이 상세한’ 브리핑을 했다고도 언급했다.
취재단으로 현장을 참관한 중국 관영 CCTV 기자는 “폐기 작업 중 방사성 물질의 누출은 전혀 발생치 않았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없었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북한 외무성 공보를 인용해 “북한이 지상 관측 설비와 연구소, 경비 부대 건물 등을 철거하고 인력들도 철수시켰다”며 “이를 통해 핵실험 중단을 투명하게 보장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러시아 관영 뉴스전문 채널 RT는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이제 그 곳(풍계리)에서 핵실험은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북한 핵무기연구소 강경호 부소장이 이날 현지 취재단에 “풍계리 핵실험장 복원은 불가능하다. 이 곳 외에 다른 핵실험장이나 갱도는 북한에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초대를 받지 못한 일본 언론도 외신을 인용해 실시간 보도를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AP통신 보도를 속보로 전하면서 “북한의 핵개발 동결에 중요한 조치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착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영변 핵 시설과 보유 핵무기의 포기는 아직 손 대지 않은 만큼,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들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이 과제”라고 전했다. 통신은 또, “일본 정부도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를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핵ㆍ미사일 개발 포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필한 형태가 됐다”면서도 “전문가 입회는 인정하지 않아 완전한 폐기 검정에는 불충분한 면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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