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 인공섬에 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진 뒤 베트남에서는 반중(反中) 감정을 자극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계속된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움직임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한 베트남이 언론을 통해 반중 여론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인터넷매체 VN익스프레스는 24일 “하노이 시당국이 수도 하노이에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 10가지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10가지 위험 요소에는 홍강 제방 붕괴, 수질 오염, 통신 마비, 철도 항공 분야 대형 교통사고 등이 꼽혔으며, 이례적으로 국경 인근에 설치된 중국의 원전이 포함됐다.
매체는 “방사능 유출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 원전은 3곳”이라며 “꽝닌성 몽까이에서 불과 5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원전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제목으로 뽑아 처리했다. 10개 요소에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다.
이날 사이공타임즈는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을 ‘관리(manage)’ 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10여명의 중국인들이 뒷면에 구단선(九段線)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입국하면서 일었던 논란 뒤 나온 현지 반응이다. 구단선은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범위를 표시한 9개의 선으로, 베트남에서 소가 혀를 내민 모습과 비슷하다며 ‘소 혀 티셔츠’로도 불리고 있다.
이 매체는 “베트남에 무례한 중국 여행객들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면서도 올들어 170만명 이상,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현실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매체는 작년 2월 문화체육부가 배포한 ‘관광객 행동 강령’을 소개하면서 일부에서는 중국 관광객만을 위한 행동강령을 따로 만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영해 침범 사실에 대한 언론 보도로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또 중국 상인들이 베트남 농가와 농산물 재배계약을 맺은 뒤 주문을 취소하면서 생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 등 부작용들을 고발하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보도가 있는 편이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용 전파교란 장치를 설치하고, 순항미사일까지 배치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또 이달 초에는 중국이 핵무장이 가능한 전투기 이착륙 훈련까지 인공섬에서 실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베트남 국민들이 격분하기도 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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