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잇따른 금리인상 기조에
신흥국 자금이탈로 침체 가속
아르헨ㆍ브라질 등선 6월 위기설
자동차 등 주력 품목 수출 감소세
기업들은 환율변동성에 무방비
신흥국 위기 고스란히 전염 우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생산환경도 안 좋은데 신흥국 수출마저 어려워져 공장문을 닫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경기 안산시에서 공업용 기계 부품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B사는 최근 수출 물량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졌는데, 올해 들어 이 지역 주문이 뚝 끊어진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현지 기업들이 긴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 타격을 받았으나, 신흥국 수출을 늘려가며 간신히 활로를 찾는 듯 했다”며 “그런데 최근 신흥국 시장마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신흥국 수출 비중은 57.4%를 기록, 선진국(42.6%)을 앞섰다. 2000년 38.7%에 불과했으나, 정부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수출 다변화 노력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중국을 제외한 151개 신흥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9%에서 23.7%로 크게 상승했다”며 “최근 들어 신흥국 경기에 한국의 수출실적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이 발생하며 경기가 급격히 침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러시아, 남아공 등에선 환율이 폭등, 제2의 글로벌 외환위기인 ‘6월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병기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남아공과 베네수엘라는 국가 부도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며 “신흥국의 대외 구매력이 떨어지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 증가세도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 1~4월 대 신흥국 총 수출액은 1,137억 달러로, 전년동기(1,039억 달러) 대비 9.3%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이 전년동기(888억 달러) 대비 17.1% 증가한 것에 비하면 수출 증가율 폭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올 1~4월 우리나라의 신흥국 주력 수출품목인 평판디스플레이(-15.5%), 철강제품(-2.7%), 자동차(-7.8%), 자동차 부품(-9.2%) 등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우리 기업들은 딱히 대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신흥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더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의 경기회복 시점이 미뤄지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 시장에서 더 많이 팔 방안을 마련해야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견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최근 유가상승 전망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모처럼 기지개를 피려고 했다”며 “하지만 신흥국 침체로 발주가 끊기면 회복세를 보이던 업황이 다시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에 적절히 대처하지도 못하고 있어 신흥국 위기가 고스란히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무협이 지난 2016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인 5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출기업 58.4%가 환리스크를 전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수출 대금을 회수할 때 수익 변동성이 커져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우선 환 헤지 보험상품 등을 활용해 기본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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