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기분이 좋을 때 꼬리를 흔들지만 고양이는 공격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꼬리를 흔듭니다. 이처럼 몸짓언어가 달라 오해가 생겨 싸우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동물들은 다른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걸까요?
그런데 최근 학술지 ‘동물행동’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다른 새의 언어를 들을 수 있는 새가 있다고 합니다. 훔쳐 듣는 쪽은 ‘호주까치’, 소리제공자(?)는 ‘시끄러운 광부새’(noisy miners)입니다.
시끄러운 광부새는 땅에 사는 천적과 하늘에 사는 천적의 등장을 알릴 때 각기 다른 경고음을 내는데요. 호주까치도 이와 유사하게 부리를 들어 각각의 위협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공을 던졌을 때(하늘의 위협)는 29도 정도 부리를 위로 들었고, 땅에 굴렸을 때(땅의 위협)는 9도만 들었다고 해요.
호주까치는 시끄러운 광부새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연구진이 시끄러운 광부새의 소리를 녹음해 30마리의 야생 호주까치에게 들려 주자, 하늘에 사는 천적에 대한 경고음에는 부리를 평균 31도 위로 땅에 사는 천적의 경고음에는 24도만 들었다고 해요. 즉 호주까치는 시끄러운 광부새가 내는 두 경고음을 구분할 수 있는 거죠.
호주까치와 시끄러운 광부새는 천적이 비슷하다고 해요. 하늘의 갈색참매, 매, 북북올빼미, 땅의 여우, 개, 고양이, 뱀이 공통 천적이죠.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인 도미니크 포트빈에 따르면 호주까치는 주로 땅에서, 시끄러운 광부새는 나무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호주까치가 천적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는 시끄러운 광부새에게 의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끄러운 광부새의 다른 울음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았다고 해요.
주변 환경을 이용할 줄 아는 호주까치의 슬기로움이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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