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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법정 승부수는 형량 좌우할 뇌물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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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법정 승부수는 형량 좌우할 뇌물죄 회피”

입력
2018.05.2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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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서 드러난 MB 전략

뇌물죄 일부라도 인정되면

나머지 무죄 돼도 중형 불가피

김백준 치매 가능성 언급해

검찰의 증거 능력 약점 파고들고

노골적 보이콧 朴과 차별화로

재판부에 점수 따기 전략도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해 입장문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해 입장문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말은 충격이고 모욕이다.”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첫 재판 모두진술에서 가장 격한 표현을 사용한 순간은 삼성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할 때였다. 재판 도중 “한 말씀 해도 되겠느냐”고 끼어든 대목 역시 “이건희(삼성전자 회장)면 몰라도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가 내 방에 오는 건 있을 수 없다”라며 삼성 뇌물수수 관련 공소사실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형량을 좌우하는 건 결국 뇌물죄라는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평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전날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약 1시간에 걸친 피고인과 변호인 진술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1심 재판의 변론 방향을 공개했다.

핵심 전략은 뇌물죄를 피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60억원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22억5,000만원 ▦국정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 ▦대보그룹 5억원·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4억원 등 총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3급 이상 공무원인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수수액이 5억원만 넘어도 무기 또는 징역 11년 이상의 형이 선고된다. 뇌물죄가 일부라도 인정되면 횡령ㆍ배임, 조세포탈,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나머지가 모두 무죄가 되더라도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금액이 가장 큰 삼성 관련 뇌물에 화력을 집중하는 이유다.

다스 실소유주 혐의를 적극 반박하는 것도 뇌물죄와 무관치 않다. 다스 소유주라는 혐의를 벗을 경우 삼성 소송비 대납이 설사 뇌물로 인정돼도 직접 수수한 것이 아니어서 3자 뇌물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에 대가성까지 인정받아야 유죄 선고가 가능하다.

진술보다 물증 중심으로 법정 다툼을 벌이겠다는 전략도 분명히 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안종범 수첩’ 같은 물증 대신 측근들 진술을 중심으로 증거를 제시한 검찰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재판에서 다스 소송비 대납 등을 인정해 이 전 대통령 구속의 ‘1등 공신’ 평가를 받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치매’ 가능성을 언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비서관을 법정에 세워 진실공방을 벌이지 않는 대신 진료내역을 보내달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진술의 증거능력 자체를 문제 삼는 식이다.

재판에 적극 참여하고 협조하는 태도를 취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검찰 증거의 신빙성을 검토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하고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휴정을 하자 재판부에 “미안스럽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형이 가중된 박근혜 전 대통령와 달리 재판부에 ‘점수 따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되면 다시 비협조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 측은 오래 법정에 앉아 있기 힘든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재판이 끝난 후엔 검찰 측 주장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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