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수업 끝나는 오후 10시면
차량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체증
인근 항의 민원만 매달 400건
구청, 4월부터 모범운전자 투입
경적 소리 줄고 정체 해소 효과
“(삑!) 이곳에 차를 세우시면 안 됩니다.”
23일 밤 한 중년 남성이 갓길에 차를 세우려다 호루라기 소리에 황급히 빠져나갔다. 호각을 분 모범운전자는 연신 경광봉을 흔들며 차량들을 계속해서 도로로 내보내고 있었다. 길가에는 인근 학원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 수백여명이 우르르 모여 부모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교육 1번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평일 오후 10시만 되면 벌어지는 풍경이다.
대치동 학원가는 30년 가까이 주정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0년대 유명 학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지역 학생들까지 이곳으로 몰리면서, 차량도 함께 늘었다. 특히 오후 10시 이후 학원 교습이 금지된 2008년부터는 이 시간만 되면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도로는 꽉 막혔다.
2014년 5월부터는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특별단속반까지 운영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에만 이곳에서 불법 주정차로 단속된 차량이 2,733대,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계도된 차량은 1만 3,800대에 달했을 정도다.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에 매달 400여건에 이르는 항의성 민원만 쌓여갔다.
강남구청이 지난 4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모범운전자를 투입하면서 체증은 조금씩 해소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기자가 찾은 23일 밤 대부분 차량들은 차례대로 전화를 받고 뛰어오는 자녀들을 태운 뒤 빠르게 빠져나갔다. 서로를 향해 울려대던 경적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학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박지서(15)군은 “예전에는 차가 옴짝달싹하지 못했을 정도로 많았다”라며 “요즘은 빨리 집에 갈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장시간 주차하는 차량은 줄었지만,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많다. 버스정류장 앞에 차량이 정차하면서 버스의 정류장 진입을 막는가 하면, 학원 셔틀버스의 무리한 끼어들기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학원이 끝난 오후 10시 직후에 차량이 몰리며 잠시 정체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대치동의 또 다른 학원 밀집지역인 대치사거리 인근도 오후 10시면 좁은 도로에 많은 차량이 뒤엉키고 있는데, 이곳은 구청에서 아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박재석 강남구청 주차단속팀장은 “학원가 주정차 문제로 대책회의도 수 차례 했지만 완벽한 방안은 없다”며 “학부모들이 차량 질서를 지키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꼬집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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