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게 된다. 문 대통령은 정의롭기에 예외라 여기거나, 설령 전제정이라 해도 ‘선한 전제정’은 괜찮다고 본다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을 포함해 많은 철학자들이 강조했듯이 자유의 최대 적은 선한 전제정이다.”
요즘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비판 논리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였던가. ‘최장집 사단’의 일원으로 꼽히는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쓴 이 책을 딱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문재인은 남자 박근혜다’, 혹은 ‘문재인은 착한 박근혜다’이다. 최장집 사단과 ‘노무현 그룹’간 불화는 여전하다는 것, 그리고 그 불화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의 논리는 이렇다. 청와대 규모만으로 보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줄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변화가 없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늘렸다. ‘청와대 정부’다. 여기서 한번 더 쿡 찌른다. 청와대 직제, 예산, 인원을 따져보면 청와대가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다.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은 정당을 중시한 의회주의자이기라도 했는데, 대선 때 ‘민주당 정부’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내각과 당을 이끌고 나가는 ‘청와대 정부’를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잇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반대자에겐 ‘빨갱이’ 놀음이 잘 통하지 않아 상심하던 차에 만난, 기쁜 복음 같은 얘기일 것이고, 문재인 정부 지지자에겐 문재인 정부를 박근혜 정부 따위와 동일한 수준에 놓고 비교하려 드는 기이한 태도 자체가 역겨울 것 같다.
자극적 요소는 더 많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직접 민주주의’ ‘적폐 청산’ ‘촛불혁명’을 ‘위임(Delegative) 민주주의’라 정리한다. 대통령이 의회를 부인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정치학자 귈레르모 오도넬이 “남미형 대통령제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 설명한다. ‘이러다 남미 꼴 난다’던 포퓰리즘 비판이 생각난다.
청와대 정부
박상훈 지음
후마니타스 발행ㆍ328쪽ㆍ1만5,000원
대통령중심제와 양당제는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 양극화시킬 뿐이며, 다당제 의회 아래 연합, 혹은 연정이 이뤄져야 좀 더 안정감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는 최장집 사단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기에 흔히 ‘야합’이라 불리는 1990년 3당 합당, 그리고 1998년 DJP연합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지지자들의 의사를 묻는 민주적 절차”가 없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그럼에도 그 덕에 군 개혁, 생산적 복지, 대북포용 정책 등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된 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들이 결국 누구를 이롭게 하느냐라는 비판, 혹은 비난을 저자 또한 의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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