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이, 열세 살, 6학년. 노래, 그림, 응원, 공부 1등에 오락부장이다. 다재 다능한, 밝은 아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노력해서 만든 ‘나’이다.” 실제의 김송이는 이렇다. 집은 망했고, 아빠는 사라졌다. 같이 살기 위한 집 한 칸이 필요했던 엄마는 지하 술집 마담이 된다. 그래서 김송이는 학교가 파한 저녁이면 술집 무대 뒤 편에 마련된 반달 모양의 지하 창고로 손님들 모르게 숨어들어야 한다. 밤이면 그렇게, 혹여 들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도깨비처럼 산다. 들키지 말아야 할 건 술집 손님들뿐 아니다. 학교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반달
김소희 지음
만만한책방 발행ㆍ132쪽ㆍ1만2,000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작가가 오랜 시간 품고 있었던 자전적 이야기를, 과장이나 미화 없이 일기장처럼 간단하면서도 잔잔한 심리묘사를 통해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어딘가 있을 송이들을 위해 썼다’ 한다. 마음 속 자기만의 반달을 지녔던 이들과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책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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