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CCTV 1억대 이상 설치
“가수 공연 찾은 수배자 셋 검거”
# 美 아마존은 경찰에 프로그램 제공
오류 가능성도 많아 반발 목소리

간단한 얼굴 스캐닝만으로 개인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안면 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안면인식 기능이 장착된 폐쇄회로(CC)TV를 1억대 이상 설치한 중국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서 수배자 셋을 붙잡았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미국에서는 정보기술(IT)기업 아마존이 경찰당국에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20일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에서 열린 재키 청(張學友ㆍ장학우)의 공연에서 중국 공안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2015년 11만위안(약 1,900만원) 규모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남성 수배범을 붙잡았다. 공안당국은 지난달 7일에는 난창(南昌)시, 5월5일에는 간저우(赣州)시에서 열린 재키 청의 콘서트 장소에 설치된 안면 인식 시스템을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 수배범을 각각 1명씩 붙잡았다.
중국 언론은 홍콩 4대천왕이자 노래의 신(洛陽)으로 불리는 재키 청에게 ‘도주범을 쫓는 별(逃犯剋星)’이라는 새로운 별칭까지 붙이며 이 사건을 띄웠다. 뤄양(洛陽)시 공안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 “학우 형님은 7월에도 뤄양에서 공연을 펼치는데 우리도 준비가 돼 있다”는 글까지 올렸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중국 공안이 급증하는 국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대중 지지를 얻기 위해 이 사건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안면 인식 시스템 도입은 미국에서도 본격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22일 아마존이 오리건주ㆍ플로리다주 보안당국과 적극 소통하며 자사의 화상 인식 프로그램 ‘레코그니션(Rekognition)’ 도입을 권유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공개했다. ACLU는 “안면 인식 기술이 정부 손에 들어가면 남용될 것이며, 소수자 공동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정부를 대상으로 한 레코그니션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안면 인식 기술에는 나름의 이점이 있다. 아마존은 대변인 성명에서 “(레코그니션은) 사람과 물체, 행동을 확인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일반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영국 스카이뉴스는 레코그니션을 이용해 19일 결혼식 참석자들이 식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찍으며 실시간으로 하객의 정보를 화면에 출력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도 비행기 탑승 시간에 늦는 승객들을 빠르게 찾는 방법으로 안면 인식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안면 인식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은 정부가 이를 시민 대상으로 무차별 활용해 행동을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원 확인에 오류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영국 경찰은 런던 거리에서 열리는 음악축제 ‘노팅힐 사육제’에서 안면 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유력 용의자를 추적했는데, 2017년에는 추적 결과의 98%가 다른 인물을 용의자로 잘못 지목했다. 또 2016년에는 단 한 건도 제대로 지목하지 못했다. 안면 인식 시스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빅브라더워치의 실키 카를로 대표는 “실시간 안면 인식은 위험한 독점 감시 도구로, 시민들은 어디서나 추적되고 심지어 오인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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