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단체의 교육혁신연대
대학 선발 자유권 침해 내세워
수시ㆍ정시모집 통합에도 반대
대입특위, 3대 주요 쟁점 중
한 가지 빼거나 의견표명 없이
공론화위에 넘기는 방안 고심
현재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국민의 의견을 모아 제대로 된 입시안을 만들어 보자며 의욕적으로 출발한 공론화 작업이 첫 단추를 꿰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를 총지휘하고 있는 김진경 위원장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ㆍ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은 일률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며 교육부에 사실상 반기를 든 데 이어 교육시민단체들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으며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달 말 어떤 쟁점을 공론화 메뉴에 올릴지 범위 설정을 발표해야 하는 대입특위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8월까지 진행될 후속 절차도 삐걱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2개 단체가 모여 만든 학교교육정상화를위한교육혁신연대(교육혁신연대)는 23일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한 긴급 제안을 통해 “수능ㆍ학종 비율 조정과 수시ㆍ정시모집 통합 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육혁신연대는 다만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한 수능평가 방법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교육부가 개편안 이송안(시안)을 교육회의에 넘기면서 반드시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한 핵심 쟁점 중 두 가지를 공론화 대상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이다. 비율 조정 무용론을 강조하는 쪽은 대학의 선발 자율권 침해를 이유로 내세운다. 교육혁신연대는 “수시ㆍ정시 비중을 대학에 강제하면 비수도권 대학을 고사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대나 전문대의 경우 정시 평가 요소인 수능을 치르지 않는 응시자가 많기 때문이다. 박정근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은 “선발방법은 계층ㆍ지역별 이해관계가 충돌해 공론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짧은 기간에 결정될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백광진(중앙대 입학처장)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은 “전형이 단순ㆍ획일화하는 쪽으로 결정되면 다양한 특성의 학생들이 특기를 살려 대학에 입학할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며 “전국 모든 대학들을 줄 세우는 ‘서열화’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모집시기 통합 이슈에 대해서도 교육혁신연대는 “(점수로 평가하는) 수능의 성격이 그대로인 한 수능 영향력만 강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공론화 제외를 요구했다.
이런 주장에 포문을 연 사람이 키를 쥐고 있는 김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형편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적으로 수능ㆍ학종 비율을 제시할 수 없다. 수시ㆍ정시를 합치면 학생들에게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될 수 있다”며 공론화 범위 제외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만만찮은 상황. 공정사회를위한시민연대 등은 “수시에 치우친 전형 비중 불균형에 따라 훼손된 대입 공정성을 회복하려면 정시 비중이 50% 이상 확대돼야 한다”며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 쟁점을 공론화 대상에서 배제할 경우 교육부의 입장이 곤란해지는 것은 물론 각계의 저항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입특위 측은 현재 3대 주요 쟁점 중 한 가지를 빼거나 구체적인 의견 표명 없이 교육부 시안 수준에서 세부 의제를 확정할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에 넘기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회의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확보한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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