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불펜으로만 경기 운영
같은 선수 연이틀 ‘1이닝 선발’
“몸값 줄이기 악용 우려” 반응도
탬파베이의 ‘불페닝(Bullpenning)’이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뒤흔들고 있다. 불페닝은 선발 투수보다 불펜진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을 말하는 단어다. 올 시즌 탬파베이는 연이틀 선발로 같은 선수를 올려 1이닝씩만 던지게 하는 등 낯선 불페닝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탬파베이는 20일(이하 한국시간)과 21일 LA 에인절스와의 MLB 경기에 세르지오 로모(35)를 선발로 내세웠다. MLB 11년 차인 로모는 20일 경기 전까진 588경기 모두 계투로만 마운드에 오른 불펜 전문 투수다. 하지만 연이틀 팀의 선발로 경기에 나서며 지난 40년 동안 4명밖에 없던 ‘2일 연속 선발 등판한 MLB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2경기 선발로 나선 로모는 일반적인 선발 투수처럼 많은 공을 던지진 않았다. 20일엔 1이닝, 21일엔 1.1이닝만 소화했다. 남은 이닝은 연이어 마운드에 오른 불펜진이 해결했다. 이번 시즌 독특한 불펜 야구를 구사하고 있는 탬파베이의 팀 색깔이 드러난 모습이었다.
올 시즌 탬파베이는 보통 5~6선발 체제를 갖추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선발 4명만 로테이션에 고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신 본래 5선발이 맡아야 할 경기는 불펜 투수들이 나눠 책임지게 했다. 로모의 연속 선발 등판도 이 가운데 발생했다. 탬파베이로선 재정적인 문제로 팀의 주축 선발 투수들이 팀을 떠나게 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었지만, 그동안의 관행을 깨는 탬파베이식 불펜 야구에 미국 프로야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은 23일 “예외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탬파베이의 선수 기용 방식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고, MLB닷컴도 탬파베이의 성공이 다른 팀의 시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LA 에인절스의 3루수 잭 코자트는 23일 미국 일간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이한 일이고, 야구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며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구단들이 몸값이 비싼 선발투수를 줄이고자 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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