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지지율 31.4%로 앞서지만
민주당 임대윤에 한자리수 추격 허용
일부 구청장선거도 이상 기류 감지
“38.4% 부동층이 승패 가를 것”
한국 보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대구 민심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예상과 달리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실시된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한 자릿수 추격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영남 비주류’를 극복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기세에 선거 역사상 보기 드문 ‘보수 분열’까지 맞물리면서 보수의 본거지인 대구가 6·13지방선거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MBC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 19~21일 대구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에서 권영진 한국당 후보가 31.4%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위인 임대윤 민주당 후보(23.2%)와의 지지율 격차는 8.2%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오히려 민주당(35.2%)이 한국당(27.9%)을 7.3%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 6회 선거에서 권 후보가 56.0%의 지지율로 당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후보(40.3%)를 여유 있게 제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요동치는 대구 민심에 반신반의하던 한국당도 여론조사 결과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23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지지율이 안 나오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문제는 시장 선거뿐 아니라 과거 한국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한 구청장 선거도 일부 지역에서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이상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당은 이날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발대식에 참석한 권 후보는 민주당 임 후보와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를 각각 ‘나쁜 철새’와 ‘위장 야당 후보’에 비유하며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말하고 있는 한국당 독점 30년이 대구를 어렵게 했고, 이 독점만 막으면 대구가 마치 살아나고 시민이 행복할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반색하는 모습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막판 뒤집기로 지방선거 도입 이후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 깃발을 꽂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역대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렇게 격차가 좁혀진 것은 처음이라 내부에서도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라며 “이변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결국 부동층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모름과 무응답’이 38.4%에 이를 정도로 부동층 비율이 이전 선거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구가 한국당의 텃밭인 만큼 최근 한국당 당세가 기울면서 이른바 샤이보수층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구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당이 아무리 어려워도 권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아직 많다”면서 “숨은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 낸다면 권 후보가 무난히 승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층 증가가 샤이보수층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선거는 흐름”이라면서 “부동층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기대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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