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이어 두 번째
연 10조대 어음 발행 가능
단기 자금운용ㆍ모험자본 공급 등
발행어음 시장 경쟁 체제로
NH투자증권이 사실상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증권사와 초대형 투자은행(IB) 중에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다. 그 동안 미뤄져 온 당국의 인가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며 ‘김광수 효과’란 말까지 나온다. 6개월 이상 독주 체제였던 발행어음 시장이 이르면 내달부터 경쟁 체제로 바뀌면 투자자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처리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까지 통과하면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 발행어음사업자가 된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4조원을 채워 초대형IB로 지정됐지만 그간 단기금융업 인가는 받지 못했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도 실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김광수 신임 회장이 취임한 후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돌입했고 이날 심사 결과를 증선위에 상정했다.
초대형IB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4조7,811억원인 NH투자증권은 총 9조5,622억원의 어음 발행이 가능하다. NH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발행어음을 통해 연내 1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목표다.
금융위에서 단기금융업 인가가 최종 확정될 경우 NH투자증권은 이르면 6월 중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6월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과 운용을 담당할 전담 부서인 전략투자운용부를 신설하는 등 업무 개시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2주 만에 첫 번째 어음 상품을 내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준비는 모두 완료된 상태”라며 “최종 인가, 약관심사 등을 거쳐 출시 시기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가세로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 체제도 자리잡게 됐다. 금융투자업계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말까지 총 2조2,756억원 규모의 어음을 발행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금융투자 비중은 30% 미만이다. NH투자증권도 정영채 사장을 비롯 다양한 기업금융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어 발행어음을 활용한 회사채 인수나 기업공개(IPO) 등 모험자본 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위한 투자자 선택지도 넓어진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는 발행어음 수익률은 연 2.3%로 은행권의 1년만기 예금금리(1.30~2.25%) 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쟁 체제가 될 경우 금리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시장이 커지고 모험자본 투자도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대형 IB가 된 다른 3개 증권사의 단기금융업 인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래에셋대우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인가 심사가 지지부진이다. 삼성증권도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중인 점 때문에 인가가 보류된 상태다. 지난 1월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철회한 KB증권은 사업성을 고려해 재인가 신청 시기를 검토 중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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