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치권ㆍ노동계 ‘한 목소리’
‘한수원 뇌물’ 사건으로 입찰 제한
7월 일감 바닥, 3000명 퇴직 우려
“비상상황에는 비상조치가 필요해”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사상 최악의 수주난으로 시 전역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울 조짐을 보이자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공선박 발주 제한조치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수주난으로 3,000명이 넘는 인력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어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한조치를 조속히 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국내 조선사 일감 확보를 위해 내년까지 5조5,000억원을 들여 LNG연료선을 포함, 40척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과거 ‘한수원 뇌물’ 사건으로 ‘부정당업자’로 등록됐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은 원천 배제시켰다.
현대중공업이 빠지면서 조선업계에서는 공공발주 사업의 경쟁체제가 무너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의 잠수함 부문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양강 체제로 현대중공업이 빠질 경우 잠수정의 가격인상과 품질저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자격제한 취소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말 항소를 기각, 지난해 12월부터 내년 11월 말까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입찰에 전면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과 노조 등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여ㆍ야 구분 없이 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불황 해소를 위해 줄기차게 발주제한 해제조치를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구갑)은 지난 9일 국회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회장 이무덕)와 함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장병완 위원장,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등과 연쇄 간담회를 갖고 제한조치 해제를 강력 요청했다.
이 의원은 “일감이 없어 조선업 종사자가 3만명이 감소했고, 120개가 넘는 협력사가 폐업했으며, 인구는 8,000명 이상 줄고, 오는 7월이 되면 일감이 바닥나 또 다시 3,000여명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어려운 현실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도 최근 ‘조선산업발전전략 및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현대중공업을 포함시켜 공공선박을 발주할 수 있게 제한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추진위는 “원전비리 사건으로 내년 말까지 정부사업 입찰 자격이 없다지만, 비상시국에는 비상조치가 필요한 만큼 조선업을 살려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울산시민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권명호 동구청장 후보도 페이스북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의 공공선박 발주 참여가 조선업 회생의 첫걸음으로, 정부는 근로자가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과 송철호 시장 후보 역시 “조선업은 울산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으로 지역발전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산업”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가 경기침체로 인구 외부유출이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데다, 지난달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송 후보는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에 대한 공공선박 발주 제한 조치는 해당 업체뿐만 아니라 울산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는 것인 만큼 입찰 제한은 과도한 제제”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울산시당과 송인국 동구청장 후보도 “현대중공업이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포함될 수 있도록 100만 서명운동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원전비리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정리해고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민중당 이재현 동구청장 후보 등 민중당과 정의당, 노동당 동구지역 출마 후보 10여명도 이날 시회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업 경기침체로 위기에 빠진 지역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에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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