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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동 가능 정년

입력
2018.05.23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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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가나가와(神奈川)현 야마토(大和)시는 지난달 ‘70대를 노인이라 부르지 않는 도시 선언’을 했다. 일본에서 보통 노인이라고 지칭하는 나이는 65세다. 하지만 야마토시는 “인생 100세 시대에는 65세 이상이면 노인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며 “건강수명을 늘려 평생 현역이라는 생각으로 활기차게 생활하자는 바람”에서 선언을 내놨다고 한다. 일본노년학회 등이 지난해 노인을 75세 이상으로 정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년 연령을 높이는 것은 만국 공통 현상이다. 1994년 60세 정년을 도입한 일본은 2013년부터 노동자가 희망할 경우 65세까지 기업의 고용을 의무화한 데 이어 공무원 정년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일은 단계적으로 2029년까지 67세로 정년을 늘리는 중이고, 스페인 프랑스는 2013년 정년을 각각 67세, 62세로 상향했다. 이탈리아는 올해까지 66세 정년을 실현하며, 영국은 아예 정년이라는 나이 제한을 없앤지 7년째다.

▦ 정년과는 개념 차이가 있지만 육체노동이 가능한 연령을 뜻하는 법률 용어인 ‘가동연한’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늘린 법원 판결이 국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 판결을 내린 재판부들은 그 이유로 먼저 55세에서 60세로 상향 조정한 대법원 판례(1989년)가 나온 뒤 평균 수명이 14세나 늘어난 점을 들었다. 이어 노인복지법, 기초연금법 등에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고, 최근 6년간 평균 은퇴 연령이 72세라는 조사와 실제 일부 직종 노동자 상당수가 60세 이상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 상식에 부합하는 이 판결이 확산되거나 대법원 판례로 정착하면 정년을 더 늘리자는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문제는 국민연금 지급 시점과 임금 부담이다.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 지급 시점을 늦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은 현재 정년과 연금 지급 시점에 차이가 큰 편이라 정년과 연동해 연금 지급을 늦출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임금은 생산성을 감안한다면 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이 커진다. 나이 들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건 행복이겠지만 성인이 된 뒤로 거의 평생 일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프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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