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베이징특파원 안내로
외신기자단 고려항공 특별편 타고 방북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
갈마비행장 인근 숙소로 이동
날씨 나빠 당일 풍계리 출발 미뤄
‘1인당 1만달러 요구’ 보도는 부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4개국 외신 취재진이 22일 고려항공 전세기를 통해 북한 강원도 원산에 도착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이틀 동안 북한행을 준비했던 한국 취재진은 끝내 북한 비자를 발급 받지 못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23일 판문점을 통해 남측 취재단 명단을 재차 전달하겠다며 한국 기자단의 막판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23일 귀국 예정이던 우리 취재진도 급거 귀국했다.
미국 AP통신은 이날 오후 1시쯤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송고한 기사를 통해 “미국ㆍ영국ㆍ중국ㆍ러시아 등 4개국 외신 취재진이 원산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할 외신은 미국 AP통신, CNNㆍCBS방송, 인터넷 매체 VICE와 영국의 스카이 뉴스, 러시아의 타스 통신과 러시아 투데이 방송, 중국의 신화통신과 CCTV 등이다.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과 글을 실시간으로 게재하며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는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오후 7시 55분쯤 “오늘 밤 날씨 때문에 풍계리로 가지 못하게 됐다”고 적었다. 당초 체셔 특파원은 원산 도착 직후 “오후 기차를 타 12시간 가량 이동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더 가야 한다. 이후 2시간가량 산을 올라야 풍계리 현장에 도착한다”고 향후 일정을 소개한 바 있다.
앞서 “외신기자단이 오후 7시에 풍계리로 출발할 예정이다”고 보도한 중국 CCTV는 북한 당국이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한 외신 기자 22명을 비행장 인근 숙소로 안내한 뒤 원활한 취재를 위해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를 개통했다고 전했다. CCTV는 또 북한 관계자들이 출국에 앞서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정밀한 위치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 GPS 장비를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외신 취재진을 특별열차를 통해 풍계리 지역으로 이동시킨 후 날씨 사정을 고려해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판문점채널을 통한 취재기자 명단 접수를 거부하자, 한국 취재진은 외신기자단 출국 하루 전인 21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비자 발급 여부 등을 타진했다. 하지만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오전 7시(이하 현지시간)부터 대기했던 한국 취재진은 출국시간까지 북한 비자 발급이 이뤄지지 않아 입북이 최종 무산되자 중국 CCTV, 미국 CNN 등 외신의 출국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출국장에서는 노동신문 베이징 특파원인 원종혁 기자가 나와 외신 기자들을 안내했다. 원산행 고려항공 특별편은 오전 9시 45분쯤 베이징 서두우공항에서 이륙했다.
고려항공에 오르기 전 미국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한국 취재진에 “눈을 크게 뜨고 무슨 일이 펼쳐질지 지켜볼 것”이라며 “북한이 자신이 말한 대로 투영하기를, 또 (그런 방식으로) 핵실험 시설과 폐기를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취재진 1인당 1만달러(약 1,100만원)’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외신 기자들 모두 부인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밤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내일 아침 판문점을 통해 우리 측 취재단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며 “북측이 수용한다면 지난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하여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남북 간 막판 물밑 의견 조율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베이징=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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