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화기구 小委 의결 하루 만에 보이콧
“사회적 대화를 협상 카드로” 비판 목소리
민주노총이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움직임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기구에 다시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줄곧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해오다 올 1월말에야 가까스로 대화를 재개했는데 4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특히 바로 전날 현행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의결된 상황이어서 노동계의 요구로 새롭게 출범하게 될 대화기구 역시 절름발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가 민주노총이 노동계 주요 현안이 터질 때마다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고용노동소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밤샘 논의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된 직후인 22일 새벽 3시20분께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이 시간부로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떤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이 또 다시 이런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여야가 기본급과 직무수당만 포함되던 현행 최저임금에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은 물론 현금으로 지급되는 숙식비까지 포함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 해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1개월 단위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안을 다수 안으로 채택했으나 노사가 합의를 보지 못하자 바통을 이어 받은 국회가 여기에 숙식비까지 포함하는 ‘개악’ 안을 밀어 붙인다는 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정부 여당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측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21일 밤 노동계 출신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예고 없이 고용노동소위를 찾았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게 민주노총 측 인사들의 전언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노총 관계자를 만나 “우리 사회는 민주노총 한국노총만 있는 게 아니다. 전체 노동자가 1,900만명인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합이) 200만명 아니냐” 등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지 않은 발언을 했고, 민주노총 내부에서 ‘더 이상 여당을 믿을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산입범위 문제는 매우 첨예한 현안이고 국회의 일방 통행 식 행보에 불만이 크다고 해도, 어렵사리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 기류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민주노총 등이 강하게 주장했던 비정규직ㆍ여성ㆍ청년 및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표 등 새로운 주체의 참여를 보장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련 법이 소위를 통과하자마자 이를 최저임금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여당 한 인사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사탕 뺏긴 아이가 떼 쓰는 격”이라며 “지난 최임위에서 결론을 못 냈던 노사가 다시 최임위에서 논의를 한다고 해서 대화 테이블을 뛰쳐나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환노위는 24일 오후 다시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산임범위 조정안 의결을 시도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노총이 23일 국회 앞에서 산입범위 확대 반대 집회를 갖는 등 노동계가 대대적인 반발을 예고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국회보다는 차라리 최임위에서 노사 중심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가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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