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집 청소ㆍ경조사 참석 강요… 잡무 갑질에 乙은 웁니다

직장갑질119 6개월 제보

4건 중 1건은 임금체불 호소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개월간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을의 눈물’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임금체불에 대한 호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이나 회사 간부들의 업무와 무관한 부당한 잡무 지시가 그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22일 ‘출범 6개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6개월간 들어온 제보 1만1,938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제보의 4분의 1에 달하는 3,072건(25.7%)이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에 관한 것이었다.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는데 포괄임금제로 인해 시간외 수당을 전혀 못 받고 있다’거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식대가 폐지됐다’는 등의 호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본업과 상관없는 잡무 지시에 대한 제보가 1,762건(14.8%)으로 그 뒤를 이었다는 점이다. 경조사 참석 강요는 물론, 회사 간부의 집을 청소하게 하거나 근무시간에 사장의 집에 데려가 김장을 시키는 등의 갑질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옷을 입히고 장기자랑을 강요한 한림대 성심병원 사례 역시 이 유형에 속한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는 1,610건(13.49%)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상사의 모욕ㆍ폭언 또는 폭행, 조직 내에서의 따돌림 등에 관한 내용이다. 제보 중에는 ‘일요일 밤 11시에 전화를 안받았다고 상사에게 욕을 먹었다’는 직원의 호소나, ‘이따위로 일하면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6개월 넘게 듣고있다’는 계약직 방송작가의 하소연도 있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갑질 유형 송정근 기자

그 외에도 ‘중간관리자의 폭언에 항의했더니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는 등의 부당한 징계ㆍ해고 문제, 연차ㆍ출산휴가 사용을 방해하는 등의 갑질, 야근 및 휴일근로 강요 등 노동시간 갑질에 대한 제보가 뒤를 이었다.

박점규 스태프는 “제보된 사례를 중심으로 갑질을 근절할 수 있는 ‘갑질추방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회를 통해 가칭 ‘갑질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정부에도 갑질 추방을 위한 행정적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노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한 시민단체로, 변호사ㆍ노무사 및 시민운동가 등 200여명이 온라인을 통해 직장인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필요 시 관련기관에 고발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