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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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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길

입력
2018.05.22 18:5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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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한반도 비핵화 방식ㆍ범위 입장차

단계적 비핵화와 상응한 보상은 불가피

정부, 중재자로서의 비핵화 입장 정해야

4ㆍ27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를 재차 화해와 협력의 궤도로 돌려놓은 역사적 이정표가 됐다. 남북 정상은 상호관계를 개선하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구현에 합의함으로써, 지난 연말까지 격화하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그러나 공동선언에 담긴 바와 같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가에 대해 관련 당사국들 간에 정확한 합의가 공유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 이전인 3월5일, 한국 특사단과의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26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가진 회담에서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을 고려하면 북한이 염두에 두는 비핵화란 김일성 국가주석이 생전에 밝힌 비핵화 개념, 혹은 2005년 6자회담 당시의 9ㆍ19 공동성명에서 참가국들이 합의한 비핵화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 핵무기의 생산, 보유, 배치를 중지하는 동시에 미국이 핵 압박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중지해야 하고, 단계적으로 경제적 보상은 물론 북미 국교 정상화 등 체제안정을 보장하는 당근들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를 일괄적으로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제한에 국한돼 있고, ICBM 등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따는 이유로 탈퇴를 결정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보다 확장된 비핵화 개념을 요구하고 있는 듯 하다. 5월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서 나타났듯 미국은 북한이 ICBM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같은 핵 운반수단뿐 아니라 화학무기도 비핵화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추가 요구도 제기하고 있다.

비핵화 범위와 방식에 대해 북한은 최소주의를 주장하고, 미국은 최대주의를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입장에서 요청되는 ”완전한 비핵화“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비핵화를 19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명시되고, 6자회담 당시 9ㆍ19 공동성명 등에서도 재확인된 바와 같이 핵무기의 제조, 생산, 보유, 배치, 이전 금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6자회담이 중단된 지난 10여년간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어, 핵탄두 수량도 늘어났고 그 운반수단으로서의 ICBM과 SLBM 전력도 증대됐다. 핵무기연구소 등 관련 연구시설도 확대됐고, 이들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군조직으로 기존 육해공군에 버금가는 전략사령부도 재편됐다. 2012년 개정된 북한 헌법에서는 핵보유국의 국가정체성이 명시됐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란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 자체의 폐기와 그에 대한 검증 뿐만 아니라 그 연구 및 운용과 관련된 연구 및 군사 조직의 전환, 관련 법률의 개정 등을 포괄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이러한 비핵화 과정에는 불가피하게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단계적 조치에 따라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의해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 혹은 체제 안정 등의 보장이 제공될 수 밖에 없다.

판문점 선언에 제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프로세스가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개최돼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범위와 방식에 대한 당사국들 간의 대체적인 합의가 불가결하다. 상이한 방식으로 비핵화를 바라보는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우리가 바라는 비핵화 범위와 방식은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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