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과음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 '음향의 달인'이라 불렸던 김벌래(본명 김평호)씨가 21일 새벽 3시16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77세.
연극배우를 꿈꿨던 고인은 고등학생 때 연극판에 뛰어들어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웠다. ‘벌래’라는 예명은 작은 덩치지만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는 습관을 눈여겨본 이해랑(1916~1989) 선생이 붙여준 ‘벌레’를 다시 고친 이름이다. 1962년 동아방송에서 효과음을 맡으면서 음향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까지 이런저런 소리 2만 여개를 만들어냈다. 광고, 방송, 공연 등 전 분야에서 그가 만든 소리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히 광고업계에서는 ‘TV 광고에서 나오는 소리 가운데 CM송 빼고는 다 김벌래 소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 국가의 큰 행사 때마다 사운드 연출과 제작을 맡았다.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에 고졸 학력임에도 서울예대, 홍익대 등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황경자씨, 태근(삼팔오디오 대표이사)ㆍ태완(삼팔오디오 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 발인은 23일 오전 8시. (02)3010-2261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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