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등 5개국에 걸쳐 뻗어 있는 히말라야 산맥 곳곳에서는 국경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인도의 아루나찰 프라데시(남티베트) 지역은 1962년 중국과 인도의 대규모 무력 충돌로 3,000여명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 중국은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으면서도 정전 선언 후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남티베트 코앞의 자국 영토에서 자원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히말라야가 ‘제2의 남중국해’ 분쟁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인도 접경 지역인 시짱(西藏ㆍ티베트) 자치구 룽저(隆子)현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개발 사업 현황을 전하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 해상활동 강화 등을 통해 영토 확장을 꾀하는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룽저현은 그동안 정치적 민감성, 환경파괴 우려 때문에 오랫동안 저개발 상태였지만, 최근 국경선을 따라 대규모 광산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매일 수천 톤 광물이 트럭에 실려 운송되고, 광범위한 전력망ㆍ통신망도 구축되고 있다. 여객기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도 건설 중이다. 덕분에 지난해 인프라 투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연간 성장률도 20%에 달했다. 3만명이었던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 지금은 추산조차 불가능하다.
중국이 이처럼 많은 공을 들이는 1차적 이유는 막대한 자원 매장량이다. 금과 은, 희토류 등 이 곳에 매장된 광물의 가치는 무려 3,700억위안(약 63조원)에 이른다. 베이징(北京)의 한 지질학 전문가는 “예비 추정일 뿐이고, 더 많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광물의 새로운 발견은 중국과 인도 간 힘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 이득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오샤오광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히말라야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은 똑 같다”며 “중국의 경제적ㆍ지정학적ㆍ군사적 영향력의 증가와 함께, (중국이 한때 점령했지만 현재 인도 영토인) 남티베트 지역이 중국 품으로 돌아오는 건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한 서한에서 “룽저현 인민들은 국익을 위한 개발을 하도록 그 곳에 뿌리를 튼튼히 내려 달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 영토확장을 위한 전진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작년 6~8월 73일간 무장대치를 했던 도클람 분쟁에 이어 또다시 국경 충돌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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