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1.5트랙 회동 참석한 위트 연구원
“핵프로그램 동결→ 불능화→ 폐기 3단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집권 후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표방해왔으나 2013년부터 이미 단계적ㆍ동시적 조치의 비핵화 플랜을 마련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로 북미간 ‘1.5 트랙’ 회동에 참석해왔던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이 20일(현지시간) 시사지 애틀랜틱에 기고한 '북한이 내게 말해준 계획' 이란 글에서 2013년 북한 당국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접촉하며 들은 북한의 비핵화 플랜을 설명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병진 노선을 선언했지만 일부 북한 당국자들은 사석에서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이 같은 노선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2013년 6월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중대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을 논의하는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위트 연구원은 “당시 회동에 참여한 북한 관계자들은 그 발표가 김 위원장으로부터 나왔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비핵화 문제를 북미 양자 회담이나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 회담 의제로도 다시 올릴 수 있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이 내세운 한 가지 조건은 미국이 전제 조건을 달지 말라는 것이었으나 한미는 이를 북한의 선전전으로 치부하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이 계획한 비핵화 플랜은 핵 프로그램 동결과 주요 핵시설 불능화, 최종적으로 핵시설 및 핵무기 폐기로 나아가는 3단계 과정이었다는 게 위트 연구원의 설명이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중단을 요구해왔는데,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안보적으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경제적으로는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바뀌었지만 “당시 제안은 다가올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요구할 사항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제공한다”고 위트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시한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보다는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최근 제시한 다단계적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북한의 무장 해제라는 기회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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